나노기술의 문제점 2004-05-20 (조회수:10673)

 

물질이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수준으로 작아지면 거시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물리 화학적 성질을 나타낸다. 그런데 물질이 나노 크기의 입자가 되면 독성이 강해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나노기술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지난달 23∼27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화학회에서 과학자들은 탄소나노튜브가 동물에 대해 독성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미국항공우주국 존슨우주센터와 텍사스대 연구팀은 0.1∼0.5mg의 탄소나노뉴브를 용액 형태로 쥐의 폐 조직에 주입하고 90일 동안 관찰한 결과 높은 독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나노튜브는 시간이 흐를수록 폐 속에서 서로 뭉쳤고, 폐 조직을 손상시켰다.

듀폰사 연구팀도 비슷한 실험을 한 결과 폐에서 나노튜브가 응집하면서 기관지 튜브를 막아서 쥐가 질식사했다. 두 팀은 폐에 용액으로 탄소나노튜브를 주입했지 공기로 들이마시는 실험을 한 것은 아니어서 정말 독성이 심각하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미국 로체스터대 의대 귄터 오베르되스터 교수는 입자가 작을수록 흡입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폴리테트라플루오로에틸렌(PTFF)이란 물질로 만든 지름 20nm의 나노입자를 쥐에게 15분 동안 호흡하게 한 결과 대부분 4시간 이내에 죽었다. 반면 130 nm 크기로 입자를 만들어 흡입시켰을 때에는 쥐가 죽지 않았다.

물질이 작을수록 더 위험한 공해물질이 된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예를 들어 굵은 흙먼지보다 엔진에서 나오는 미세한 먼지가 위협적이다. 서울대 백남원 보건대학원장은 “굵은 먼지는 기도나 코의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되지만 미세먼지는 폐포 깊숙이 들어가 박혀버리기 때문에 훨씬 해롭다”고 말했다. 고온 연소 시 생성되는 미세먼지는 산업혁명 이전에는 없었던 공해물질이다.

석영도 덩어리일 때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석영을 캐는 광원, 수정을 연마하는 작업자는 숨을 쉬면서 수정입자를 들이마시게 돼 폐조직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 이런 병을 규폐증이라고 한다.

영국 리버풀대의 독성학자인 비비언 하워드 교수는 “나노입자는 물질 자체의 독성보다 크기가 작아질수록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어지면서 생체조직에 대한 반응성이 증가해 독성이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게다가 나노 입자는 폐뿐 아니라 소화기관, 피부를 통해 세포와 중추신경계에까지 침투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신중한 검토 없이 벌써 선크림이나 화장품의 원료로 나노입자가 쓰이고 있다는 것.

미국 라이스대 나노기술환경생물센터 비키 콜빈 소장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무기물질은 너무 커서 세포나 조직에 침투하지 못하지만 인공의 나노 입자는 어디든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9일 미 하원과학위원회가 나노기술관련법을 마련하기 위해 소집한 회의에 출석해 “나노입자가 더 퍼지기 전에 안전성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최선책이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미국 정부가 나노기술 연구에 7억달러를 투자하지만 나노입자의 환경영향평가에는 50만달러만 쓰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주장했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나온 연구결과만 갖고 나노입자를 규제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캐나다의 민간단체인 ETC그룹은 안전성이 입증될 때까지 전세계적으로 나노입자의 생산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단체에 따르면 듀폰, 바스프, 로레알 등 140개 기업이 나노입자를 생산해내고 있으며, 주기율표의 원소 가운데 44개가 나노입자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올해 정부가 2496억원을 나노기술 개발에 투입하고 있지만 나노기술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연구가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말 공포된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은 나노기술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하고 있지만 올해 하반기에 하려던 평가를 미뤄놓은 상태다.


출처 : 신문